플래시는 과학과 예술의 만남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모든 컴퓨터 풀그림은 수학과 물리에 기반을 둔 컴퓨터 과학의 산물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영상도 따지고 보면 하나의 이진수(bianry number)의 행진일 뿐이다. CRT 모니터엔 전자빔이 형광물질을 때려서 빛을 내고 TFT(Thin Film Transister) 스크린에서는 컴퓨터의 그래픽카드에서 보내는 신호가 발광트랜지스터로 하여금 빛을 내게 한다. 그래서 아름다운 영상을 생성한다.  우리는 그러한 그래픽 카드의 작동 원리나 모니터의 발광원리를 다 잊고 플래시의 무비 클립만 제작하면 되지만 그 뒤에는 과학과 기술이 뒷받침해 주고 있다.

        사실 플래시의 작동원리도 따지고 아주 고급 수학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그것을 모르고도 마우스 몇 번 클릭하여  원하는 효과를 얻고 있을 뿐이다.   

        아래의 그림은 그라데이션 효과를 낸 간단한 도형이다.  그림 1은 원과 직사각형에 그라데이션 효과를 내어 채우기를 한 것이다.  플래시에는 선형(linear) 과 원형(radial) 두 가지만 있다.  




그림1


그림2


그림3



        <그림1> 은 저작 툴을 써서 그린 것이고 <그림2>의 아래 부분은 아래와 같은 코드를 써서 그린 것이다.


1

matrix = {matrixType:"box", x:10, y:250, w:500, h:100, r:0};

2

var colors = [0xFF0000, 0x00FFFF];

3

var alphas = [100, 100];

4

var ratios = [0, 255];

5

beginGradientFill("linear", colors, alphas, ratios, matrix);

6

moveTo(10, 251);

7

lineTo(510, 251);

8

lineTo(510, 350);

9

lineTo(10, 350);

10

lineTo(10, 251);

11

endFill();

표1 간단한 그라데이션 코드



 <그림3>은 어떻게 그렸나?  이 채우기는  저작툴로는 할 수 없다.  그렇다고  beginGradientFill 로도 할 수 없다.  이런 Fill 타입은  beginGradientFill 에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라데이션 채우기(GradientFill)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것은 다름 아닌 색깔의 트위닝이다.  한 색깔에서 다른 색깔로 점차 바뀌게 하는 것은 아래와 같은 간단한 기법으로 트위닝을 하면 된다.  먼저 양끝 색깔을 3원색 성분 RGB(Red, Green, Blue)으로 분해한 다음 성분별로 양끝사이를 균등하게 사이채움하는 그라데이션을 만든다. 마지막으로 이들 성불을 다시 합성하여 그라데이션 스펙트럼을 만드는 것이다.  (<표2> 참조)


1

class ColorUtil {

2

        static function makeCG(colorB, colorE, nn):Array {

3

                var result = [];

4

                var blueB = colorB%256;

5

                var blueE = colorE%256;

6

                var greenB = ((colorB-blueB)/256)%256;

7

                var greenE = ((colorE-blueE)/256)%256;

8

                var redB = (colorB-blueB-greenB*256)/65536;

9

                var redE = (colorE-blueE-greenE*256)/65536;

10

                for (var i = 0; i<nn; i++) {

11

result[i] = blueB+(blueE-blueB)*i/nn +Math.round((greenB+(greenE-greenB)*i/nn))*256

12

+ Math.round((redB+(redE-redB)*i/nn))*65536;

13

                }

14

                return result;

 

        }

 

}

표2 그라데이션을 주는 색깔 배열을 만드는 static class 함수


 
         이 static class의 static method 함수 makeCG(colorB, colorE, nn)을 첫 색깔  colorB 와 끝 색깔 colorE 사이의 nn 단계의 그라데이션 색깔의 배열을 만들라는 명령이다. 이렇게 만든 nn개의 색깔을 채우기하려는 영역을 nn 개로 나누어 이 배열에 들어 있는 색깔로 차래대로 채우면 그라데이션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그림2의 윗부분은 아래와 같은 코드로 그려진 것이다. 



1

var n = 100;

2

var wdth = Math.round(500/n);

3

var colorAB = ColorUtil.makeCG(0xFF0000, 0x00FFFF, n);

4

for (var i = 0; i<n; i++) {

5

        lineStyle();

6

        beginFill(colorAB[i], 100);

7

        moveTo(10+wdth*i, 150);

8

        lineTo(10+wdth*(i+1), 150);

9

        lineTo(10+wdth*(i+1), 250);

10

        lineTo(10+wdth*i, 250);

11

        lineTo(10+wdth*i, 150);

12

        endFill();

13

}

표3 그라데이션 주기


<그림2>의 beginGradientFill 로 채운 아래 부분과 이 <표3>의 코드로 채운 윗부분은 같은 효과를 주고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이러한 그라데이션 사이채움 색깔 배열을 만들면 여러 다른 타입의 사이채움을 할 수 있다.  사실 나는 <그림3>과 같은 사이채움이 하고 싶어 이 ColorUtil.makeCG 함수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림3>은 아래와 같은 코드로 그린 것이다.


 

1

_x = 225;

2

_y = 200;

3

var radius = 100;

4

var n = 60;

5

var step = 2*Math.PI/3/n;

6

var ang1 = step*n;

7

var ang2 = step*n*2;

8

var colorA = ColorUtil.makeCG(0xFFFF00, 0xFF00FF, n);

9

var colorB = ColorUtil.makeCG(0xFF00FF, 0x00FFFF, n);

10

var colorC = ColorUtil.makeCG(0x00FFFF, 0xFFFF00, n);

11

lineStyle();

12

for (var i = 0; i<n; i++) {

13

        beginFill(colorA[i], 100);

14

        moveTo(0, 0);

15

        lineTo(radius*Math.cos(step*i), radius*Math.sin(step*i));

16

        lineTo(radius*Math.cos(step*i+step), radius*Math.sin(step*i+step));

17

        lineTo(0, 0);

18

        endFill();

19

        beginFill(colorB[i], 100);

20

        moveTo(0, 0);

21

        lineTo(radius*Math.cos(step*i+ang1), radius*Math.sin(step*i+ang1));

22

        lineTo(radius*Math.cos(step*i+step+ang1), radius*Math.sin(step*i+step+ang1));

23

        lineTo(0, 0);

24

        endFill();

25

        beginFill(colorC[i], 100);

26

        moveTo(0, 0);

27

        lineTo(radius*Math.cos(step*i+ang2), radius*Math.sin(step*i+ang2));

28

        lineTo(radius*Math.cos(step*i+step+ang2), radius*Math.sin(step*i+step+ang2));

29

        lineTo(0, 0);

30

        endFill();

31

}

표4 <그림3>의 방사형 그라데이션 효과주기

 

 

       내가 여기서 이 보기를 든 것은 플래시라는 풀그림속에는 곳곳에 물리와 수학이 숨어있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서였다.  그런 의미에서 플래시는 과학과 예술의 만남이라 불러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Posted by 샛솔 :
이 글은 2004년에 어느 종이책에 기고해 달라는 청탁이 있어 썼다가 편집자와의 의견 차이가 있어 기고를 철회했던 원고다.  플래시의 Actionscript 2.0 에 바탕을 둔 글이기 때문에 Actionscriot 3.0 이 나온지 2년이 가까워 지는 시점에서는 시의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도 2.0을 쓰는 이도 많고 2.0의 코드를 알면 쉽게 3.0으로 고쳐 쓸 수 있으므로 원래의 원고를 수정 없이 게재하기로 한다.   언젠가 Actionscript 3.0 version 으로 개작하기를 희망하면서. 

         내가 물리로 배우는 플래시를 인터넷에 연재하면서 한번도 내 플래시 풀그림들을 작품이라 생각한 일이 없었다.  작품집에 기고해 달라는 청탁을 받았을 때에서야 다른 사람은 그렇게도 보아 줄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평생 종사해 온 직업이 연구와 교육이고 연구 성과는 지식의 창조이지만 작품이라 부르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지칭에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나는 물리를 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컴퓨터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우리에게 모자라는 직관력을 보완해 준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이 방법을 터득하고는 이 방법을 이용하여 내 연구에 큰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더 그림을 그린다는 것에 매료되었었다.  

        
전산물리라는 과목이 아직 그 틀을 잡지 않았을 때 나는 이 과목을 개발하고 가르칠 임무를 자청하여 맡았다.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떤 내용을 전산물리로 잡아야 할 것인가부터 시작해야 했기 때문이다.  외국(미국) 에서는 이미 여러 대학에서 이 과목이 개설되고 영문 교과서도 몇 권 나와 있었다. 그러나 여기에도 이렇다할 표준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은 내 연구 경험에서 얻은 하나의 성과인 컴퓨터 그림(computer graphics)의 중요성을 학생들에게 인식시키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물리를 이해하는데 그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이 과목의 중요 정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 결과 이 과목에서는 물리에 있어서 컴퓨터 그래픽스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컴퓨터의 2세대 (50년대) 까지는 그래픽스란 개념이 컴퓨터에는 없었다.  그러던 것이 제 3세대에서부터 컴퓨터의 일반화가 실현되면서 점차 그래픽스가 컴퓨팅에 중요한 몫을 차지하게 되었다.  컴퓨터 게임이 많이 보급되고 대중의 환호를 받자 그래픽스는 맹렬한 기세로 발전해 갔다.  그리고 인터넷 월드와이드웹이 퍼지면서 그림 없는 컴퓨팅이란 생각 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물리에 있어서 그래픽스는 무엇을 뜻하는가?  나는 이 물음에 답하려면 항상 뉴턴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많은 위대한 인물을 생각하면 경이롭다고 한다.  뉴턴 역시 돌이켜 생각하면 경이롭고 신비하다. 뉴턴은 케임브리지대학 학생일 때 런던에 퍼진 유행병으로 학교가 임시 폐교하자 고향인 울스소프에 내려와 지낸 2년 동안에 그의 생애의 모든 업적을 이루었다고 스스로 회고하고 있다. 그 젊은 나이에 그 짧은 시간에 인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을 이룰 수 있었던 그 뉴턴의 능력은 신비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뉴턴을 연구한 많은 과학사가(historians of science)는 뉴턴의 그 신비한 능력의 원천을 그의 집중력과 직관력에 있다고 보고 있다.  직관력이란 문제의 핵심을 꿰뚫어 보고 그 답을 미리 알아내는 힘을 말한다. 

        사실 답을 알고 나면 그 답을 이끌어 내는 논리적 추론은 쉽게 이룰 수 있다. 뉴턴은  바로 이 답을 미리 보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능력은 다름 아니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는 능력을 말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에서 정보를 추출해 낸다는 것은 평범한 사람이 쉽게 성취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오직 뉴턴과 같이 특출한 인물만이 해 낼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런데 이제 컴퓨터가 이것을 가능하게 해 준다.   바로 컴퓨터 그래픽스이다.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 머릿속에 그릴 수 없는 그림을 그리게 해 주는 것이 바로 컴퓨터 그래픽스다. 

        
바둑을 두는 사람은 내 이야기에 쉽게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바둑에서 수읽기를 한다고 한다.  바둑알을 놓기 전에 미리 전략을 짠다.  이렇게 놓으면 저렇게 놓고 저렇게 놓으면 이렇게 놓고 하는 식으로 가능한 시나리오를 짜고 그래서 최종결론을 내고는 바둑알을 반상에 내려놓는다.  그때 머리 속에는 바둑알이 바둑판에 놓여지고 그림이 짜여진다.  그러나 범상한 사람은 몇 수 안되어 그림이 흩어져 깨끗하게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  그러나 최고의 기량을 가진 전문 기사는 엄청나게 많은 수의 그림을 그려서 결론을 내린다고 한다.  언젠가 조남철씨가 쓴 글에서 일본에서 기성으로 통하는 오청원씨는 50수를 내다 보고 한 수를 두었다며 그 한 수를 풀이한 기보를 읽은  일이  있다.   50수 앞을 머릿속에 그려본다는 것은 보통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이다.  무서운 집중력과 직관력이 없이는 이룰 수 없는 능력이다.


 
       그런데 컴퓨터는 이러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 준다.  컴퓨터를 옆에 놓고 바둑을 두게 허용한다면 머릿속으로는 그리기 어려운 여러 가지 수를 놓아 보고 오청원씨에는 미치지 못한다 해도 상당히 향상된 기량으로 바둑을 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범상한 사람도 프로기사에 육박하는 실력을 발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리에 있어서 컴퓨터 그래픽스는 바로 우리에게 모자라는 이 직관력을 그래픽스를 통하여 보완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각적 정보는 소리정보(말)보다 백배 낫다는 말이 있다.  예부터 내려 오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이 그것이다.  이것은 글자까지도 포함한다.  글로서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 보다 그림을 한번 그려 보여 주면 그것이 전달하는 정보가 훨씬 크다. 


        
과학교육에 있어 그림을 그리는 방법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일반화 되어왔다. 복잡한 현상을 설명하는 데에 말 또는 글만 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언어란 아직 그와 같은 현상을 설명하고 이해시킬 수 있을 만큼 진화하지 못했다.    오직 수학만이 나름대로의 수식이라는 언어 체계를 구축하여 우리의 일상 언어와 달리 수학적 진리를 기술하는 "언어"로 사용해 왔다. 그러나 이것 역시 전문가 사이에만 통용되는 "언어"이지 평범한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언어"는 결코 아니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학생들에게 수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데에는 그림이 자주 동원된다.


        
그림의 특성은 정보를 줄 뿐 아니라 그림 자체가 보는데 즐거움을 준다. 어린이가 글로 된 책보다 그림책을 좋아 하는 것은 보는 것 자체가 즐겁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림은 어떤 의미에서는 보편적 "언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옛날 소설책이나 신문의  연재소설들은 이른바 삽화라는 것을 넣어서 읽기에 지루해 하는 사람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더 해 주었다. 


        
초창기의 웹(Web)은 문자 문서가 주를 이루던 시대였다. 그러나 웹이 보편화 되자  이제는 그래픽스가 없는 웹 페이지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그림은 웹 디자인에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에 더하여 이제는 정적인 그림대신  움직이는 그래픽스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움직이는 그래픽스,  즉 motion graphics 라는 것이 정적 그림에 싫증난 웹 페이지 방문객을 끌어 들이기 위하여 퍼지기 시작했으며 이제는 rollover나 인터랙티브 모션 그래픽스가 인기를 얻고 있다.  대화형 시뮤레이션(Interactive Simulation)이라는 새로운 기법이 웹디자이너에게 팻션으로 다가오고 있다. 

        
인터랙티브 시뮤레이션이란 이미 게임 풀그림 세계에서는 보편적인 기법으로 도입된지 오래다.  미국 워싱톤주 레드몬드시에 있는 Digipen 이라는 대학의 학과는 그 이름이 RTIS (real time interactive simulation)로 실시간 대화형 시늉내기인데 게임프로그래머를 양성하는 학과이다. 미래는 이제 RTIS로 가고 있다.


        
물리와 RTIS와는 어떤 연관이 있는가?  나는 정년을 맞기 몇 년 전부터 물리교육의 개선을 줄곧 주장 해 왔다.  칠판에 분필을 써서 강의하던 구식 교수법은 이젠 접을 때가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이 방법은 수백년의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그 보다 나은 교수법이 없었기 때문에 대를 이어 전수되어 왔을 뿐이다.  인터랙티브 시뮤레이션은 학생 스스로가 가상실험을 해 보고 그림을 그려 보게 해 준다. 이젠 단순히 보조 그림을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모든 정황에 맞게 그림을 스스로 그려 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물리를 가장 빨리 이해시킬 수 있는 최선의 교육방법인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 아니라 백견이 불여일행인 것이다.  한번 해 보는 것이 백번 정적인 그림을 쳐다보는 것 보다 나은 것이다. 


        
이처럼 물리에 있어서 RTIS는 교육의 보편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플래시는 이러한 교육용 무른모를 제작하는 데에 더 할 나위없는 훌륭한 도구라는 점이다. 내가 플래시에 매료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그리고 내 “물리로 배우는 플래시”(http://phya.snu.ac.kr/~kclee/lects/index.html)는 이러한 교육의 새로운 매체를 개발한다는 정신으로 플래시 풀그림을 짜 오고 있다.


 



   

Posted by 샛솔 :
은퇴한지 얼마 안되 미국 여행중 반스노블 서점에서 한권의 책을 샀다.

Paul Bausch Mathew Haughy Meg Hourihan 이 쓴 "We Blog"  - Publishing Online with Weblogs" 라는 책이었다.




blogging 을 소개한 책


2002년에 출판되었으니 아마도 2002년 여행할 때 산 책 같다.  무엇이던지 새로운 것이 나오면 실험해 보고 싶어하는 성미라 미국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막 뜨는 블로그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다.

당시 한국에는 블로그란 낱말 자체가 생소할 때 였고 조금씩 하드공간을 허용해 주던 포털 사이트들에서는 홈페에지 (줄여서 홈피) 만드는 것이 한참 유행이던 시절이었다.   

1~2년 후 한국에서도 홈피가 아니라 블로그로 그 트렌드가 바뀌었다.  홈피와 블로그는 그 성격이 아주 다르다.  홈피는 극히 제한적인 사람들과의 인터넷교신이고 블로그는 그 어원자체가 시사하듯 개인 저널리즘으로 불특정 다수인과의 인터넷 교신이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에서 면식이 있는 사람보다도 한번도 실공간에서 만나지 못했던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블로거가 쓴 글을 읽고 댓글도 달고 안부글도 남긴다.  

이 블로그 개설에 초대 주신 브루프린님도 내 네이버 블로그에 자주 방문해 주어 기억하고 있는 몇몇의 인터넷상의 이웃이었다.  브루프린님은 며칠전 오프라인에서 만나게 되었지만  대부분의 내 블로그 독자들은 오프라인에서는 만나게 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한 편 잘 아는 사람들과의 교신도 블로그의 역할에 큰 몫을 차지한다.      

위의 책의 저자중인 하나인 Meg 도 그런 얘기를 썼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   My Mother the Blogger   ********************

어머니 2001년 4월 2개월 기간을 잡고 파리에 안식휴가를 떠났다.   그녀는 Left Bank에 아파트 하나를 빌려 살면서 임시 인터넷을 연결하고 블로그를 개설했다.   그녀가 파리에 머믈고 있는 동안의 경험이나 감상이나 사진을 담아 블로그의 독자들과 공유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을 떠나기 전에 그녀는 블로깅을 해 본 일이 없다.  단지  내가 휴가로 멀리 떠나 있을 때 내 블로그에 손님 자격으로 와서 한 두편의 글을 올린 것이 전부다. 

또 어머니는 가족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 간단한 이메일을 보내거나 내가 여름 캠프에 가 있을 때 우편 편지를 보낸 것을 빼고는 우리가 글로 교신한 경험은 별로 없다. 

어머니가 파리에 있는 동안 그녀의 동정을 접하기 위해 난 그 녀의 블로그의 고정 독자가 되었다.  그런데 나는 어머니의 블로그를 읽으면서 인간으로서의 어머니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단지 두달간 어머니의 블로그를 읽으면서 그전까지 모녀간의 관계에서 내가 어머니의 대해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하나의 인간으로서의 어머니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그녀가 세상에 대해서 털어 놓은 그녀의 꿈이나 생각은 나와는 한번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너무나 뜻밖의 것들에 대해 나는 단지 입이 벌어질 뿐이었다. 

어머니가 블로그를 개설한 것은 단지 어머니의 여행기간 내게 어머니의 동정을 알려 주기 위한 것이라 생각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방문기라든가 카페에 갔다 온 이야기등을 사진과 함께 전해 주기 위해 블로그를 연 줄 알았다. 

그러나 어머니의 블로그를 읽으면서 나는 어머니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어머니가 8000 마일이나 떨어진 곳에서 어머니가 써서 올리는 글들을 통해 우리 모녀의 관계는 더욱 단단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Meg Haurihan  ******************* 


이 글이 시사하는 것이 많다.  

나는 항상 소리말과 글은 다른 차원의 정신작용이라 생각해 왔다.   나 자신을 보면 난 소리말은 아주 적은 편이다.   처음 만난 아내의 친구가 내가 너무 말수가 적으니까 나중에 그랬단다.  "저런 사람이 강단에서 강의는 어찌 할꼬?"   

나도 흥이 나면 말을 잘 한다.  다만 말은 항상 상대가 있기 때문에 낯설거나 어색하거나 상대를 잘 모를땐 말수가 적어 질 뿐이다.  

그런데 글은 쓸때 몸으로 느끼는 상대가 없다.  물론 블로그에 공개할 땐 누군가 그 글을 읽을 상대를 의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글을 쓸 때가 아니라 다 쓰고 나서 공개할 때 이야기다.

공개해도 좋고 안해도 좋은 글을 쓸때엔 의식할 상대가 없다. 

그러나 글은 항상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글을 쓰고 싶은 충동이 일 때가 있다.  영감이 떠 오르면 술술 써지기도 하고 아무리 애써도 글을 쓸 수가 없을 때가 있다. 

그래서 소리말과 글은 다른 차원의 작용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Meg 의 어머니도 아마도 소리말로는 딸에게 그녀 내면 깊숙히 자리잡고 있는 그녀의 생각들을 바로 눈앞의 딸을 쳐다 보고는 어색하거나 부끄럽거워 하지 못했을 지 모른다.

그러기 때문에 블로그는 가까운 사람과의 소통에도 좋은  매체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 Postscript *****

아내 코니는 말을 잘 한다.  속에 있는 말을 다 털어 놓는다.  그렇다고 내가 그녀의 속을 다 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블로깅을 통해서 우리가 소통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한것 같다.  

작년 4월8일 내가 아내 코니의 블로그 안부게시판에  노래가사를 하나 옮겨 적었다.  

어느 음악사이트에서 "당신은 나의 운명" 이라는 석지훈의 노래를 듣고 있다가 그 노래말이 하도 근사해서 옮겨다 올린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영원하 오빠'로 부터라고 덧 붙였다.
 
어제서야 코니가 한다는 소리가 당신이 '당신은 나의 운명' 이란 가사를 올려 놨더군요 어제(2009-02-13)서야 봤어...

이렇게 느리고선 소통이 안되지.....


 
  

 
Posted by 샛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