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때 수학을 무척 좋아 했다.  중학교 3학년 때 625 전쟁이 났는데 피난 가서 단칸방에 가족들이 모두 함께 살 때 사과 궤짝을 책상 대신 놓고 "그랜빌"과 "러브"의 미적분학 책을 혼자 공부하면서 수학에 매료되었던 생각이 난다.  고등학교 때에는 미분방정식이나 함수론 책을 헌 책방에서 구해서 잘 이해를 못하면서도 높은 수준의 수학을 혼자 할 수 있다는 자긍심으로 만족해 했던 생각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수학은 인류가 만들어 낸 가장 위대한 건축물이고 교향악이다.  수학을 아름다운 지적 건축물로 비유한 사람은 많았지만 교향악이라 부른 이는 많지 않았다. 내가 대학 시절에 읽은 일본 수학자들이 쓴 응용수학 총서의  어떤 저자가 그렇게 표현했다.  “프리에 급수와  편미분방정식이 짜는 교향악에 심취했다”고 그는 회고했다.  나는 그 표현에 아주 공감했다.  내가 물리를 전공하게 된 계기는  그렇게 아름다운 수학이 물리를 기술하는데 쓰인다는 데에 감탄하고는 물리에 흠뻑 반해 버렸기 때문이다. 

        사실 내게는 수학과 물리의 구별이 없다.  그것은 물리학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물리학의 창시자 뉴턴은 물리학자인 동시에 수학자이다. 그리고 18세기와 19세기의 이론 물리학의 거장들은 동시에 해석학의 거장들이었다. 그들에게도 역시 수학과 물리학은 같은 것이었다.   

        이처럼 나는 수학과 물리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물리학을 하게 된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귀는 카오스 이론의 원조인  프랑스의 대 수학자, 물리학자인 앙리 푸앙카레의 말이다.  그는 "과학과 방법"이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과학자는 유용성때문에 자연을 연구하지 않는다.  그는 연구가 즐겁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왜 즐거운가 하면 자연은 아름답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여기서  말하는 “미”란  우리의 감각을 자극하는 질감이나 형상의 감성적 “미”를 말하지 않는다.  물론 나는 그런 “미”를 깎아 내리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다.  그러나 그런 “미”는 과학과는 무관한 것이다. 내가 말하는 “미”란 자연의 각 부분이 만드는 조화로운 질서에서 오는 그런 “아름다움”, 오직 순수한 지성만이 포착할 수 있는 그런 “미”를 말한다.”   내가 이 말에 작은 꼬리를 달아 설명하자면  "아름다운 수학으로 기술할 수 있는 자연이기에  자연을 연구하는  과학자는 미를 추구한다고 할 수 있다." 라는 뜻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대학에 몸담고 물리학을 전공할 때 컴퓨터가 등장했다.  수학이나 물리나 그 궁극적 목표는 계산에 있다.  수치를 답으로 얻어야 한다. 헨리치(Peter Henrici)같은 수학자는 계산할 수 없는 수학은 수학이 아니다 라고까지 극언을 했다. 나는 항상 계산하는데 흥미가 있었다. 그래서 수치계산을 많이 했다.  통계물리를 전공했고 그 중에서도 고비현상(critical phenomena) 과 상전이(phase transition)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런데 상전이는 통계물리학에서도 이른바 함수의 특이점(singular point) 을 연구하는 것이다. 상전이라는 것은  물이 언다든가 물이 끓어서 기체가 된다든가 해서 그 성질이 아주 다른 상으로 바뀌는 현상이다. 이렇게 급작스럽게 물질의 성질이 극단적으로 바뀌는 현상은 그 상태를 기술하는 어떤 함수의 특이점을 연구함으로서 이론적으로 이해가 된다.
 
        특이점은 계산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아주 어려운 주제가 된다. 무엇인가 비정상적이 된다는 뜻이니까.  불연속이 된다든가 미분이 안 된다든가 하는 따위를 말한다. 그런데 이런 수학적 문제를 컴퓨터를 써서 풀 수 있는 방법이 50년대 이후 컴퓨터의 발달과 더불어 크게 발달하였다. 그래서 나는 이 연구를 하는데 이제까지의 내 생애를 바쳤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자연히 컴퓨터와 친숙하게 되고 컴퓨팅에는 일가견을 갖게 되었다.  



 그림1) HP-65, programmbable calculator


          처음에는 프로그래머블 포켓 캘큐레이터(programmable pocket calculator)로 계산을 했다. 이제는 그런 제품은 골동품이 되었다. 휴렛 패커드와 텍사스 인스트르먼트에서 이런 휴대용 계산기를 생산했었다. 그러다 PC 가 나오면서 세상에는 컴퓨터 혁명이라는 것이 일어났다. 이 혁명과 더불어 물리학의 연구 방법도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 변화가 일어났다. 전산물리라는 분야가 새로 생긴 것이다. 그리고 과거에는 꿈도 꿀 수 없던 어려운 문제들이 이 연구 방법에 의해서 풀리게 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예가 카오스의 문제다.  카오스는 물리학에 오래 전부터 존재하여 왔다. 그러나 도대체 어떻게 그 문제를 다룰지 카오스 현상이란 무엇인지 아무도 쉽에 대답할 수 없었다.   19세기 말 수학자, 물리학자인, 앞서 말한  푸앙카레만이 카오스의 성격을 어렴풋이 드려다 보고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기막힌 세계의 존재를 예언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제  컴퓨터의 발전이 푸앙카레가 들여다 본 무시무시하게 복잡한 세계를 모니터위에 그려 볼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이런 연유로 나는 PC 가 출현하기 전부터 프로그래밍을 하였다. 그리고는 베이직, 파스칼, C, Assembler, C++, Java 로 과학계산을 하는 모든 언어들을 따라 배웠다. 그래서  앞서 말한 대로 1997 년 처음 서울대학교 물리학부에 전산물리라는 과목이 신설되었을 때 그 과목을 개발하고 강의하는 교수가 되었던 것이다.

      

        첫해는 C++ 언어로 이 과목을 운영했으나 Java 가 나오면서 Platform independent 라 하는 장점을 고려해 그 이듬해부터는 이 과목의 공식언어를 Java 로 정했다.   퇴임한 후 Java 도 많이 발전했고 먼저 만든 소프트웨어들도 손 볼 때가 있어 다시 이 시늉내기 프로그램들을 들여다 보다 Flash MX 를 대하게 되었다.  그리고 Actionscript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 새로운 동영상 제작 소프트웨어를 만나게 된 것이다.

        
         내가 Flash programming을 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전에 Java 로 만든 대학 일학년 일반 물리중  열물리의 보조교재 “주사위만 던져도 열 물리의 기본을 이해할 수 있어요.”(http://phya.snu.ac.kr/~kclee/dice/)를 업데이트 할 가 하던 중 주사위의 동영상을 그릴 필요가 생긴 데에 있었다. 주사위를 그리기 위해 정6면체를 그리다 보니 주사위보다 Flash에 더 매료되어  Java를 제쳐놓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엉뚱하게 프라톤 입체 몇 개를 더 그리게 되었고 마침내 Flasher 가 되었다. 아래 동영상은 2002년 가을에 플래시를 배우고 Flash MX Actionscript 만으로 제작한 프라톤 입체들이다. 아래의 주소에 가면 이 그림들을 볼 수 있다.

       
   아래의 그림에 마우스를 클릭하면 프라톤 입체들이 마우스 방향으로 회전한다.  마우스가 입체에서 멀 수록 빨리 돈다.




 










프라톤 입체들 위로부터
정4면체, 정6면체,정8면체,정12면체,정20면체들이다.
프라톤 입체는 5개만 존재한다.
 
 
나는 이 글에서 내가 처음 그린 주사위를 Actionscript 2.0 으로 업데이트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Posted by 샛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