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때 수학을 무척 좋아 했다.  중학교 3학년 때 625 전쟁이 났는데 피난 가서 단칸방에 가족들이 모두 함께 살 때 사과 궤짝을 책상 대신 놓고 "그랜빌"과 "러브"의 미적분학 책을 혼자 공부하면서 수학에 매료되었던 생각이 난다.  고등학교 때에는 미분방정식이나 함수론 책을 헌 책방에서 구해서 잘 이해를 못하면서도 높은 수준의 수학을 혼자 할 수 있다는 자긍심으로 만족해 했던 생각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수학은 인류가 만들어 낸 가장 위대한 건축물이고 교향악이다.  수학을 아름다운 지적 건축물로 비유한 사람은 많았지만 교향악이라 부른 이는 많지 않았다. 내가 대학 시절에 읽은 일본 수학자들이 쓴 응용수학 총서의  어떤 저자가 그렇게 표현했다.  “프리에 급수와  편미분방정식이 짜는 교향악에 심취했다”고 그는 회고했다.  나는 그 표현에 아주 공감했다.  내가 물리를 전공하게 된 계기는  그렇게 아름다운 수학이 물리를 기술하는데 쓰인다는 데에 감탄하고는 물리에 흠뻑 반해 버렸기 때문이다. 

        사실 내게는 수학과 물리의 구별이 없다.  그것은 물리학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물리학의 창시자 뉴턴은 물리학자인 동시에 수학자이다. 그리고 18세기와 19세기의 이론 물리학의 거장들은 동시에 해석학의 거장들이었다. 그들에게도 역시 수학과 물리학은 같은 것이었다.   

        이처럼 나는 수학과 물리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물리학을 하게 된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귀는 카오스 이론의 원조인  프랑스의 대 수학자, 물리학자인 앙리 푸앙카레의 말이다.  그는 "과학과 방법"이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과학자는 유용성때문에 자연을 연구하지 않는다.  그는 연구가 즐겁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왜 즐거운가 하면 자연은 아름답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여기서  말하는 “미”란  우리의 감각을 자극하는 질감이나 형상의 감성적 “미”를 말하지 않는다.  물론 나는 그런 “미”를 깎아 내리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다.  그러나 그런 “미”는 과학과는 무관한 것이다. 내가 말하는 “미”란 자연의 각 부분이 만드는 조화로운 질서에서 오는 그런 “아름다움”, 오직 순수한 지성만이 포착할 수 있는 그런 “미”를 말한다.”   내가 이 말에 작은 꼬리를 달아 설명하자면  "아름다운 수학으로 기술할 수 있는 자연이기에  자연을 연구하는  과학자는 미를 추구한다고 할 수 있다." 라는 뜻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대학에 몸담고 물리학을 전공할 때 컴퓨터가 등장했다.  수학이나 물리나 그 궁극적 목표는 계산에 있다.  수치를 답으로 얻어야 한다. 헨리치(Peter Henrici)같은 수학자는 계산할 수 없는 수학은 수학이 아니다 라고까지 극언을 했다. 나는 항상 계산하는데 흥미가 있었다. 그래서 수치계산을 많이 했다.  통계물리를 전공했고 그 중에서도 고비현상(critical phenomena) 과 상전이(phase transition)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런데 상전이는 통계물리학에서도 이른바 함수의 특이점(singular point) 을 연구하는 것이다. 상전이라는 것은  물이 언다든가 물이 끓어서 기체가 된다든가 해서 그 성질이 아주 다른 상으로 바뀌는 현상이다. 이렇게 급작스럽게 물질의 성질이 극단적으로 바뀌는 현상은 그 상태를 기술하는 어떤 함수의 특이점을 연구함으로서 이론적으로 이해가 된다.
 
        특이점은 계산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아주 어려운 주제가 된다. 무엇인가 비정상적이 된다는 뜻이니까.  불연속이 된다든가 미분이 안 된다든가 하는 따위를 말한다. 그런데 이런 수학적 문제를 컴퓨터를 써서 풀 수 있는 방법이 50년대 이후 컴퓨터의 발달과 더불어 크게 발달하였다. 그래서 나는 이 연구를 하는데 이제까지의 내 생애를 바쳤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자연히 컴퓨터와 친숙하게 되고 컴퓨팅에는 일가견을 갖게 되었다.  



 그림1) HP-65, programmbable calculator


          처음에는 프로그래머블 포켓 캘큐레이터(programmable pocket calculator)로 계산을 했다. 이제는 그런 제품은 골동품이 되었다. 휴렛 패커드와 텍사스 인스트르먼트에서 이런 휴대용 계산기를 생산했었다. 그러다 PC 가 나오면서 세상에는 컴퓨터 혁명이라는 것이 일어났다. 이 혁명과 더불어 물리학의 연구 방법도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 변화가 일어났다. 전산물리라는 분야가 새로 생긴 것이다. 그리고 과거에는 꿈도 꿀 수 없던 어려운 문제들이 이 연구 방법에 의해서 풀리게 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예가 카오스의 문제다.  카오스는 물리학에 오래 전부터 존재하여 왔다. 그러나 도대체 어떻게 그 문제를 다룰지 카오스 현상이란 무엇인지 아무도 쉽에 대답할 수 없었다.   19세기 말 수학자, 물리학자인, 앞서 말한  푸앙카레만이 카오스의 성격을 어렴풋이 드려다 보고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기막힌 세계의 존재를 예언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제  컴퓨터의 발전이 푸앙카레가 들여다 본 무시무시하게 복잡한 세계를 모니터위에 그려 볼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이런 연유로 나는 PC 가 출현하기 전부터 프로그래밍을 하였다. 그리고는 베이직, 파스칼, C, Assembler, C++, Java 로 과학계산을 하는 모든 언어들을 따라 배웠다. 그래서  앞서 말한 대로 1997 년 처음 서울대학교 물리학부에 전산물리라는 과목이 신설되었을 때 그 과목을 개발하고 강의하는 교수가 되었던 것이다.

      

        첫해는 C++ 언어로 이 과목을 운영했으나 Java 가 나오면서 Platform independent 라 하는 장점을 고려해 그 이듬해부터는 이 과목의 공식언어를 Java 로 정했다.   퇴임한 후 Java 도 많이 발전했고 먼저 만든 소프트웨어들도 손 볼 때가 있어 다시 이 시늉내기 프로그램들을 들여다 보다 Flash MX 를 대하게 되었다.  그리고 Actionscript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 새로운 동영상 제작 소프트웨어를 만나게 된 것이다.

        
         내가 Flash programming을 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전에 Java 로 만든 대학 일학년 일반 물리중  열물리의 보조교재 “주사위만 던져도 열 물리의 기본을 이해할 수 있어요.”(http://phya.snu.ac.kr/~kclee/dice/)를 업데이트 할 가 하던 중 주사위의 동영상을 그릴 필요가 생긴 데에 있었다. 주사위를 그리기 위해 정6면체를 그리다 보니 주사위보다 Flash에 더 매료되어  Java를 제쳐놓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엉뚱하게 프라톤 입체 몇 개를 더 그리게 되었고 마침내 Flasher 가 되었다. 아래 동영상은 2002년 가을에 플래시를 배우고 Flash MX Actionscript 만으로 제작한 프라톤 입체들이다. 아래의 주소에 가면 이 그림들을 볼 수 있다.

       
   아래의 그림에 마우스를 클릭하면 프라톤 입체들이 마우스 방향으로 회전한다.  마우스가 입체에서 멀 수록 빨리 돈다.




 










프라톤 입체들 위로부터
정4면체, 정6면체,정8면체,정12면체,정20면체들이다.
프라톤 입체는 5개만 존재한다.
 
 
나는 이 글에서 내가 처음 그린 주사위를 Actionscript 2.0 으로 업데이트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Posted by 샛솔 :


 
        

         플래시는 과학과 예술의 만남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모든 컴퓨터 풀그림은 수학과 물리에 기반을 둔 컴퓨터 과학의 산물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영상도 따지고 보면 하나의 이진수(bianry number)의 행진일 뿐이다. CRT 모니터엔 전자빔이 형광물질을 때려서 빛을 내고 TFT(Thin Film Transister) 스크린에서는 컴퓨터의 그래픽카드에서 보내는 신호가 발광트랜지스터로 하여금 빛을 내게 한다. 그래서 아름다운 영상을 생성한다.  우리는 그러한 그래픽 카드의 작동 원리나 모니터의 발광원리를 다 잊고 플래시의 무비 클립만 제작하면 되지만 그 뒤에는 과학과 기술이 뒷받침해 주고 있다.

        사실 플래시의 작동원리도 따지고 아주 고급 수학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그것을 모르고도 마우스 몇 번 클릭하여  원하는 효과를 얻고 있을 뿐이다.   

        아래의 그림은 그라데이션 효과를 낸 간단한 도형이다.  그림 1은 원과 직사각형에 그라데이션 효과를 내어 채우기를 한 것이다.  플래시에는 선형(linear) 과 원형(radial) 두 가지만 있다.  




그림1


그림2


그림3



        <그림1> 은 저작 툴을 써서 그린 것이고 <그림2>의 아래 부분은 아래와 같은 코드를 써서 그린 것이다.


1

matrix = {matrixType:"box", x:10, y:250, w:500, h:100, r:0};

2

var colors = [0xFF0000, 0x00FFFF];

3

var alphas = [100, 100];

4

var ratios = [0, 255];

5

beginGradientFill("linear", colors, alphas, ratios, matrix);

6

moveTo(10, 251);

7

lineTo(510, 251);

8

lineTo(510, 350);

9

lineTo(10, 350);

10

lineTo(10, 251);

11

endFill();

표1 간단한 그라데이션 코드



 <그림3>은 어떻게 그렸나?  이 채우기는  저작툴로는 할 수 없다.  그렇다고  beginGradientFill 로도 할 수 없다.  이런 Fill 타입은  beginGradientFill 에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라데이션 채우기(GradientFill)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것은 다름 아닌 색깔의 트위닝이다.  한 색깔에서 다른 색깔로 점차 바뀌게 하는 것은 아래와 같은 간단한 기법으로 트위닝을 하면 된다.  먼저 양끝 색깔을 3원색 성분 RGB(Red, Green, Blue)으로 분해한 다음 성분별로 양끝사이를 균등하게 사이채움하는 그라데이션을 만든다. 마지막으로 이들 성불을 다시 합성하여 그라데이션 스펙트럼을 만드는 것이다.  (<표2> 참조)


1

class ColorUtil {

2

        static function makeCG(colorB, colorE, nn):Array {

3

                var result = [];

4

                var blueB = colorB%256;

5

                var blueE = colorE%256;

6

                var greenB = ((colorB-blueB)/256)%256;

7

                var greenE = ((colorE-blueE)/256)%256;

8

                var redB = (colorB-blueB-greenB*256)/65536;

9

                var redE = (colorE-blueE-greenE*256)/65536;

10

                for (var i = 0; i<nn; i++) {

11

result[i] = blueB+(blueE-blueB)*i/nn +Math.round((greenB+(greenE-greenB)*i/nn))*256

12

+ Math.round((redB+(redE-redB)*i/nn))*65536;

13

                }

14

                return result;

 

        }

 

}

표2 그라데이션을 주는 색깔 배열을 만드는 static class 함수


 
         이 static class의 static method 함수 makeCG(colorB, colorE, nn)을 첫 색깔  colorB 와 끝 색깔 colorE 사이의 nn 단계의 그라데이션 색깔의 배열을 만들라는 명령이다. 이렇게 만든 nn개의 색깔을 채우기하려는 영역을 nn 개로 나누어 이 배열에 들어 있는 색깔로 차래대로 채우면 그라데이션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그림2의 윗부분은 아래와 같은 코드로 그려진 것이다. 



1

var n = 100;

2

var wdth = Math.round(500/n);

3

var colorAB = ColorUtil.makeCG(0xFF0000, 0x00FFFF, n);

4

for (var i = 0; i<n; i++) {

5

        lineStyle();

6

        beginFill(colorAB[i], 100);

7

        moveTo(10+wdth*i, 150);

8

        lineTo(10+wdth*(i+1), 150);

9

        lineTo(10+wdth*(i+1), 250);

10

        lineTo(10+wdth*i, 250);

11

        lineTo(10+wdth*i, 150);

12

        endFill();

13

}

표3 그라데이션 주기


<그림2>의 beginGradientFill 로 채운 아래 부분과 이 <표3>의 코드로 채운 윗부분은 같은 효과를 주고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이러한 그라데이션 사이채움 색깔 배열을 만들면 여러 다른 타입의 사이채움을 할 수 있다.  사실 나는 <그림3>과 같은 사이채움이 하고 싶어 이 ColorUtil.makeCG 함수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림3>은 아래와 같은 코드로 그린 것이다.


 

1

_x = 225;

2

_y = 200;

3

var radius = 100;

4

var n = 60;

5

var step = 2*Math.PI/3/n;

6

var ang1 = step*n;

7

var ang2 = step*n*2;

8

var colorA = ColorUtil.makeCG(0xFFFF00, 0xFF00FF, n);

9

var colorB = ColorUtil.makeCG(0xFF00FF, 0x00FFFF, n);

10

var colorC = ColorUtil.makeCG(0x00FFFF, 0xFFFF00, n);

11

lineStyle();

12

for (var i = 0; i<n; i++) {

13

        beginFill(colorA[i], 100);

14

        moveTo(0, 0);

15

        lineTo(radius*Math.cos(step*i), radius*Math.sin(step*i));

16

        lineTo(radius*Math.cos(step*i+step), radius*Math.sin(step*i+step));

17

        lineTo(0, 0);

18

        endFill();

19

        beginFill(colorB[i], 100);

20

        moveTo(0, 0);

21

        lineTo(radius*Math.cos(step*i+ang1), radius*Math.sin(step*i+ang1));

22

        lineTo(radius*Math.cos(step*i+step+ang1), radius*Math.sin(step*i+step+ang1));

23

        lineTo(0, 0);

24

        endFill();

25

        beginFill(colorC[i], 100);

26

        moveTo(0, 0);

27

        lineTo(radius*Math.cos(step*i+ang2), radius*Math.sin(step*i+ang2));

28

        lineTo(radius*Math.cos(step*i+step+ang2), radius*Math.sin(step*i+step+ang2));

29

        lineTo(0, 0);

30

        endFill();

31

}

표4 <그림3>의 방사형 그라데이션 효과주기

 

 

       내가 여기서 이 보기를 든 것은 플래시라는 풀그림속에는 곳곳에 물리와 수학이 숨어있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서였다.  그런 의미에서 플래시는 과학과 예술의 만남이라 불러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Posted by 샛솔 :
이 글은 2004년에 어느 종이책에 기고해 달라는 청탁이 있어 썼다가 편집자와의 의견 차이가 있어 기고를 철회했던 원고다.  플래시의 Actionscript 2.0 에 바탕을 둔 글이기 때문에 Actionscriot 3.0 이 나온지 2년이 가까워 지는 시점에서는 시의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도 2.0을 쓰는 이도 많고 2.0의 코드를 알면 쉽게 3.0으로 고쳐 쓸 수 있으므로 원래의 원고를 수정 없이 게재하기로 한다.   언젠가 Actionscript 3.0 version 으로 개작하기를 희망하면서. 

         내가 물리로 배우는 플래시를 인터넷에 연재하면서 한번도 내 플래시 풀그림들을 작품이라 생각한 일이 없었다.  작품집에 기고해 달라는 청탁을 받았을 때에서야 다른 사람은 그렇게도 보아 줄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평생 종사해 온 직업이 연구와 교육이고 연구 성과는 지식의 창조이지만 작품이라 부르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지칭에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나는 물리를 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컴퓨터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우리에게 모자라는 직관력을 보완해 준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이 방법을 터득하고는 이 방법을 이용하여 내 연구에 큰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더 그림을 그린다는 것에 매료되었었다.  

        
전산물리라는 과목이 아직 그 틀을 잡지 않았을 때 나는 이 과목을 개발하고 가르칠 임무를 자청하여 맡았다.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떤 내용을 전산물리로 잡아야 할 것인가부터 시작해야 했기 때문이다.  외국(미국) 에서는 이미 여러 대학에서 이 과목이 개설되고 영문 교과서도 몇 권 나와 있었다. 그러나 여기에도 이렇다할 표준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은 내 연구 경험에서 얻은 하나의 성과인 컴퓨터 그림(computer graphics)의 중요성을 학생들에게 인식시키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물리를 이해하는데 그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이 과목의 중요 정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 결과 이 과목에서는 물리에 있어서 컴퓨터 그래픽스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컴퓨터의 2세대 (50년대) 까지는 그래픽스란 개념이 컴퓨터에는 없었다.  그러던 것이 제 3세대에서부터 컴퓨터의 일반화가 실현되면서 점차 그래픽스가 컴퓨팅에 중요한 몫을 차지하게 되었다.  컴퓨터 게임이 많이 보급되고 대중의 환호를 받자 그래픽스는 맹렬한 기세로 발전해 갔다.  그리고 인터넷 월드와이드웹이 퍼지면서 그림 없는 컴퓨팅이란 생각 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물리에 있어서 그래픽스는 무엇을 뜻하는가?  나는 이 물음에 답하려면 항상 뉴턴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많은 위대한 인물을 생각하면 경이롭다고 한다.  뉴턴 역시 돌이켜 생각하면 경이롭고 신비하다. 뉴턴은 케임브리지대학 학생일 때 런던에 퍼진 유행병으로 학교가 임시 폐교하자 고향인 울스소프에 내려와 지낸 2년 동안에 그의 생애의 모든 업적을 이루었다고 스스로 회고하고 있다. 그 젊은 나이에 그 짧은 시간에 인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을 이룰 수 있었던 그 뉴턴의 능력은 신비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뉴턴을 연구한 많은 과학사가(historians of science)는 뉴턴의 그 신비한 능력의 원천을 그의 집중력과 직관력에 있다고 보고 있다.  직관력이란 문제의 핵심을 꿰뚫어 보고 그 답을 미리 알아내는 힘을 말한다. 

        사실 답을 알고 나면 그 답을 이끌어 내는 논리적 추론은 쉽게 이룰 수 있다. 뉴턴은  바로 이 답을 미리 보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능력은 다름 아니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는 능력을 말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에서 정보를 추출해 낸다는 것은 평범한 사람이 쉽게 성취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오직 뉴턴과 같이 특출한 인물만이 해 낼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런데 이제 컴퓨터가 이것을 가능하게 해 준다.   바로 컴퓨터 그래픽스이다.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 머릿속에 그릴 수 없는 그림을 그리게 해 주는 것이 바로 컴퓨터 그래픽스다. 

        
바둑을 두는 사람은 내 이야기에 쉽게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바둑에서 수읽기를 한다고 한다.  바둑알을 놓기 전에 미리 전략을 짠다.  이렇게 놓으면 저렇게 놓고 저렇게 놓으면 이렇게 놓고 하는 식으로 가능한 시나리오를 짜고 그래서 최종결론을 내고는 바둑알을 반상에 내려놓는다.  그때 머리 속에는 바둑알이 바둑판에 놓여지고 그림이 짜여진다.  그러나 범상한 사람은 몇 수 안되어 그림이 흩어져 깨끗하게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  그러나 최고의 기량을 가진 전문 기사는 엄청나게 많은 수의 그림을 그려서 결론을 내린다고 한다.  언젠가 조남철씨가 쓴 글에서 일본에서 기성으로 통하는 오청원씨는 50수를 내다 보고 한 수를 두었다며 그 한 수를 풀이한 기보를 읽은  일이  있다.   50수 앞을 머릿속에 그려본다는 것은 보통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이다.  무서운 집중력과 직관력이 없이는 이룰 수 없는 능력이다.


 
       그런데 컴퓨터는 이러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 준다.  컴퓨터를 옆에 놓고 바둑을 두게 허용한다면 머릿속으로는 그리기 어려운 여러 가지 수를 놓아 보고 오청원씨에는 미치지 못한다 해도 상당히 향상된 기량으로 바둑을 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범상한 사람도 프로기사에 육박하는 실력을 발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리에 있어서 컴퓨터 그래픽스는 바로 우리에게 모자라는 이 직관력을 그래픽스를 통하여 보완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각적 정보는 소리정보(말)보다 백배 낫다는 말이 있다.  예부터 내려 오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이 그것이다.  이것은 글자까지도 포함한다.  글로서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 보다 그림을 한번 그려 보여 주면 그것이 전달하는 정보가 훨씬 크다. 


        
과학교육에 있어 그림을 그리는 방법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일반화 되어왔다. 복잡한 현상을 설명하는 데에 말 또는 글만 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언어란 아직 그와 같은 현상을 설명하고 이해시킬 수 있을 만큼 진화하지 못했다.    오직 수학만이 나름대로의 수식이라는 언어 체계를 구축하여 우리의 일상 언어와 달리 수학적 진리를 기술하는 "언어"로 사용해 왔다. 그러나 이것 역시 전문가 사이에만 통용되는 "언어"이지 평범한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언어"는 결코 아니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학생들에게 수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데에는 그림이 자주 동원된다.


        
그림의 특성은 정보를 줄 뿐 아니라 그림 자체가 보는데 즐거움을 준다. 어린이가 글로 된 책보다 그림책을 좋아 하는 것은 보는 것 자체가 즐겁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림은 어떤 의미에서는 보편적 "언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옛날 소설책이나 신문의  연재소설들은 이른바 삽화라는 것을 넣어서 읽기에 지루해 하는 사람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더 해 주었다. 


        
초창기의 웹(Web)은 문자 문서가 주를 이루던 시대였다. 그러나 웹이 보편화 되자  이제는 그래픽스가 없는 웹 페이지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그림은 웹 디자인에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에 더하여 이제는 정적인 그림대신  움직이는 그래픽스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움직이는 그래픽스,  즉 motion graphics 라는 것이 정적 그림에 싫증난 웹 페이지 방문객을 끌어 들이기 위하여 퍼지기 시작했으며 이제는 rollover나 인터랙티브 모션 그래픽스가 인기를 얻고 있다.  대화형 시뮤레이션(Interactive Simulation)이라는 새로운 기법이 웹디자이너에게 팻션으로 다가오고 있다. 

        
인터랙티브 시뮤레이션이란 이미 게임 풀그림 세계에서는 보편적인 기법으로 도입된지 오래다.  미국 워싱톤주 레드몬드시에 있는 Digipen 이라는 대학의 학과는 그 이름이 RTIS (real time interactive simulation)로 실시간 대화형 시늉내기인데 게임프로그래머를 양성하는 학과이다. 미래는 이제 RTIS로 가고 있다.


        
물리와 RTIS와는 어떤 연관이 있는가?  나는 정년을 맞기 몇 년 전부터 물리교육의 개선을 줄곧 주장 해 왔다.  칠판에 분필을 써서 강의하던 구식 교수법은 이젠 접을 때가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이 방법은 수백년의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그 보다 나은 교수법이 없었기 때문에 대를 이어 전수되어 왔을 뿐이다.  인터랙티브 시뮤레이션은 학생 스스로가 가상실험을 해 보고 그림을 그려 보게 해 준다. 이젠 단순히 보조 그림을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모든 정황에 맞게 그림을 스스로 그려 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물리를 가장 빨리 이해시킬 수 있는 최선의 교육방법인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 아니라 백견이 불여일행인 것이다.  한번 해 보는 것이 백번 정적인 그림을 쳐다보는 것 보다 나은 것이다. 


        
이처럼 물리에 있어서 RTIS는 교육의 보편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플래시는 이러한 교육용 무른모를 제작하는 데에 더 할 나위없는 훌륭한 도구라는 점이다. 내가 플래시에 매료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그리고 내 “물리로 배우는 플래시”(http://phya.snu.ac.kr/~kclee/lects/index.html)는 이러한 교육의 새로운 매체를 개발한다는 정신으로 플래시 풀그림을 짜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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